금·은 가격 사상 최고치, 암호화폐 시장은 ‘거물’의 베팅에 출렁…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었고,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한 거물 투자자의 대규모 공매도 베팅이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금과 은의 급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
월요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067.79달러로 1.5% 상승했으며, 장중 한때 4,078.0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12월물 미국 금 선물 역시 2.3% 급등한 4,093.50달러에 거래되었다.
이러한 급등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격화된 미중 무역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동 사태가 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새로운 리스크가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Silver) 가격 역시 현물 시장에서의 공급 부족 현상까지 겹치며 온스당 51.60달러로 2.6% 급등, 장중 51.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백금은 3.3% 오른 1,639.10달러, 팔라듐은 3.1% 상승한 1,449.36달러를 기록하는 등 귀금속 시장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은(Silver) 시장의 특수 상황: 유동성 압박 심화
골드만삭스는 은 가격의 급등이 금과 유사한 민간 투자 자금 유입 덕분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심각한 유동성 압박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로 인해 트레이더들이 세계 실물 은 거래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보유 물량을 미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런던 내 재고가 급감했다. 여기에 은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물 은 공급은 더욱 부족해졌다.
이로 인해 실물 은을 빌리는 비용인 ‘은 리스 이자율’은 35% 이상 급등했으며, 투자자들은 즉시 사용 가능한 실물 은괴를 확보하기 위해 기록적인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런던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다시 물량이 유입되어 유동성 불균형은 결국 정상화될 것”이라면서도, “은 가격을 지지해 줄 중앙은행의 매수가 없기 때문에 투자 자금이 일시적으로만 빠져나가도 최근의 가격 급등을 이끌었던 런던의 공급난이 해소되면서 불균형적인 가격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격동의 암호화폐 시장: ‘내부자 고래’의 등장
전통적인 안전자산이 랠리를 펼치는 동안, 규제가 없는 암호화폐 시장은 한 ‘거물(고래)’ 투자자로 인해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0xb317’ 주소로 알려진 이 투자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30분 전,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공매도 포지션을 잡아 약 1억 9,200만 달러(약 2,600억 원)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 시장에서는 ‘내부자 거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투자자는 일요일 저녁, 다시 1억 6,300만 달러(약 2,2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공매도 포지션을 10배 레버리지로 설정했다. 이 새로운 베팅은 이미 350만 달러의 미실현 수익을 기록 중이며,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5,500달러까지 오를 경우 청산될 위험을 안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가 ‘MLM’은 “이 투자자가 시장 붕괴 직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추가 공매도를 통해 주말 동안의 연쇄 청산을 촉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급락으로 하이퍼리퀴드 거래소에서만 250개 이상의 지갑이 백만장자 지위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후폭풍과 향후 전망
이번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 사태로 인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역시 시스템 오작동 루머에 휩싸였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손절매 주문 실패, 특정 토큰의 가치 연동 실패(디페깅), 갑작스러운 청산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측은 핵심 시스템에는 기술적 결함이 없었으며 ‘표시 오류’ 문제였다고 해명하면서도, USDE, BNSOL 등 디페깅된 담보 자산을 보유했던 피해 이용자들에게 2억 8,300만 달러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베를린 SWP의 연구원 야니스 클루게는 “이번 사태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내부자 거래, 부패, 범죄, 책임 부재 등 규제 없는 시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있다”고 논평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로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의 발언을 통해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추가적인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10월 1일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주요 경제 데이터 발표가 지연되고 있으며,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는 등 지정학적 변수들도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