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의 실마리 잃다’ 토트넘, 뉴캐슬에 0-2 완패… 뼈저리게 느껴진 손흥민의 빈자리
토트넘 홋스퍼가 공격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른바 ‘xG(기대득점) 0.67’이라는 처참한 수치가 말해주듯, 해결사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의 토트넘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완패하며 EFL컵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답답한 결정력, 8강 좌절
토트넘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EFL컵(카라바오컵) 4라운드에서 뉴캐슬에 0-2로 패배했다. 이로써 8강 진출이 좌절된 토트넘과 달리, ‘디펜딩 챔피언’ 뉴캐슬은 대회 2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이날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히샬리송을 필두로 사비 시몬스, 루카스 베리발, 브레넌 존슨 등을 공격 2선에 배치했다. 골문은 안토니 킨스키가 지켰다. 이에 맞선 뉴캐슬은 하비 반스와 닉 볼테마데 등을 앞세운 4-3-3 전형으로 응수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은 뉴캐슬이 쥐었다. 전반 12분 볼테마데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반스의 슈팅이 옆그물을 때리며 토트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전반 24분, 0의 균형이 깨졌다. 산드로 토날리의 크로스를 파비안 셰어가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킨스키의 어설픈 판단과 위치 선정이 큰 아쉬움을 남겼다.
토트넘은 반격을 시도했으나 마무리가 무뎠다. 히샬리송은 결정적인 크로스 기회마다 발을 갖다 대지 못했고, 케빈 단소와 시몬스의 중거리 슈팅마저 상대 골키퍼 램스데일의 선방에 막혔다.
무너진 수비 집중력과 헛심 쓴 공격
후반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반 5분, 조 윌록의 크로스를 볼테마데가 헤더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킨스키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왔으나 공을 처리하지 못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급해진 프랭크 감독은 모하메드 쿠두스, 랑달 콜로 무아니, 마티스 텔 등 가용 가능한 공격 자원을 대거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뉴캐슬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오히려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토트넘은 결국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기록은 토트넘의 공격 난조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슈팅 숫자는 11개로 뉴캐슬(10개)보다 많았으나, 기대득점(xG)은 고작 0.67에 그쳤다. 반면 뉴캐슬은 1.31을 기록하며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프랭크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공백을 언급하며 아쉬워했던 이유가 증명된 90분이었다.
“다시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런던 수놓은 캡틴의 작별
이처럼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지자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얼마 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았던 ‘영원한 캡틴’ 손흥민에게로 향하고 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UEL) 우승컵을 안기며 팀을 떠난 손흥민은 최근 런던을 방문해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과 자신의 벽화 앞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여름 갑작스럽게 떠나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리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렸다”라며 “다시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토트넘 구단 역시 레전드를 위해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경기장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의 시그니처인 ‘찰칵 세리머니’와 태극기, UEL 트로피가 그려진 대형 벽화를 제작해 헌정했다. 또한 그를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 공식 초청했다.
전설이 지켜본 승리, 그리고 후계자들의 활약
회색 롱코트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등장한 손흥민을 향해 팬들은 기립 박수와 함께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은 “지난 10년은 놀라운 시간이었다. 나는 언제나 ‘스퍼스(Spurs)’일 것이며, 이곳은 영원히 나의 집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에는 또 다른 레전드 레들리 킹이 등장해 기념패를 전달하며 신구 전설의 만남을 연출하기도 했다.
손흥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슬라비아 프라하전에서 토트넘은 3-0 완승을 거뒀다. 특히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가 페널티킥 득점을 성공시키며 의미를 더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는 훈훈한 재회도 이루어졌다. 옛 동료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히샬리송은 손흥민을 보자마자 격한 포옹을 나누었다. 손흥민은 미국 무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리오넬 메시를 언급하며 “올해는 메시 덕분에 우승했지만, 내년엔 내가 우승할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히샬리송 역시 카메라를 향해 “이 사람이 나 때문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라며 여전한 친분을 과시했다.
토트넘은 레전드와의 아름다운 작별 의식을 치르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순항하고 있지만, 이번 뉴캐슬전 패배는 그가 남긴 빈자리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팬들은 그가 남긴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되새기며, 팀이 하루빨리 공격의 실마리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