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시장 경고음… BOJ 채권 매입 축소에 시장 반발

일본 국채 시장이 일본은행(BOJ)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대해 시장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그 우려는 더욱 뚜렷해졌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들이 외면하면서 수익률이 급등했고, BOJ는 시장 참가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시점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일본의 재정 상태를 그리스에 비유한 발언은, 재정 및 통화정책에서의 실책을 피해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해방의 날’ 관세 정책 이후, 7조8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일본 국채 시장의 혼란은 특히 장기물에서 두드러진다. 장기물 국채 시장은 생명보험사 등 대형 기관들의 매입에 의존해 왔지만, 현재 이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관망하고 있다.

UBS의 런던 소재 거시 전략가 제임스 말콤은 화요일 실시된 20년물 국채 입찰 이후 “수익률 곡선의 장기 구간에서는 사실상 매수자들이 철수한 상태”라며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데다 재정 지출에 대한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입찰은 10년 넘게 이어진 입찰 중 수요가 가장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BOJ의 시장 참가자 간담회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화요일에 시중은행 및 증권사들과 시작됐고, 수요일에는 기관 투자자들과 이어졌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정책 경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의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은 6월 17일 예정된 BOJ 정책결정회의까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 재무성은 오는 5월 28일 40년물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며,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압력은 일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BOJ의 매입 축소로 인해 시장이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가격 하락과 수익률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BOJ의 국채 보유량은 2023년 11월 정점을 찍은 이후 21조 엔(약 1460억 달러) 감소했으며, 이는 만기 도래한 채권에 비해 매입 규모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채권 만기 상환분과 BOJ의 매입 규모를 고려한 순채권 공급량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 소재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금리 전략가 기무라 류타로는 “BOJ가 6월 회의에서 초장기 국채를 매입 축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이 명확한 메시지를 내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초장기 국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일에도 일본 국채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30년물 수익률은 6bp 상승하며 1999년 해당 만기가 첫 발행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20년물 수익률도 2.57%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