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쇼크에 흔들린 미 증시, 빅테크의 시선은 인도로 향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라는 호재도 기술주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목요일 뉴욕 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5% 하락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나 뒷걸음질 치며 하락 폭이 두드러진 반면,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오히려 244포인트(0.5%) 상승해 시장 내 차별화 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시장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킨 주범은 오라클이었다. 오라클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기 매출을 발표한 데 이어 향후 지출 전망치까지 상향 조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 소식에 오라클 주가는 하루 만에 14%나 폭락했고, 이는 클라우드 기업들의 부채 문제와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오라클발 충격은 단순히 개별 종목의 악재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대한 수익성 논쟁으로 번졌다. 천문학적인 AI 투자 비용을 기업들이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엔비디아와 AMD 같은 주요 반도체 종목들도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3%, 4% 하락세를 보였다. 클라우드 전문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 역시 6% 떨어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와 시장의 엇갈린 시선

사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연준이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3.5%~3.75% 범위로 낮췄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형 기술주들이 고전하는 사이 중소형주들이 약진했다는 사실이다. 러셀 20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자금 조달 비용이 시장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들의 특성상 금리 인하의 혜택을 더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고 경고한다. 노스라이트 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가 성장하는 와중에도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어 단기적인 낙관론이 형성된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거나 아예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시장의 장밋빛 전망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L. 퍼트남 인베스트먼트의 앨런 헤이젠 역시 향후 경제 지표의 불확실성이 2026년까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24시간 만에 500억 달러, 인도로 쏠리는 빅테크의 자금

월가에서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출렁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빅테크 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특히 인도로 눈을 돌리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불과 24시간 만에 인도 내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억 달러(약 66조 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텔이 급증하는 PC 수요와 AI 도입 속도에 발맞춰 인도 현지에서 칩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토록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풍부한 데이터센터 구축 자원과 거대한 디지털 사용자 기반, 그리고 우수한 기술 인재 풀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인재의 결합, 새로운 기회의 땅

인도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자체적인 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강력한 IT 서비스 분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데 있어서는 독보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

S. 크리슈난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차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모델이나 컴퓨팅 파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를 구축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대한 인재 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교는 인도를 미국, 중국, 영국과 함께 글로벌 AI 활력도 상위 4개국 중 하나로 꼽았으며,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에서도 인도의 프로젝트 점유율이 24%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4년간 175억 달러를 투입해 하이퍼스케일 인프라를 확장하고 국가 플랫폼에 AI를 접목할 계획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타룬 파탁 이사는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GPU 기반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인도 AI 작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 역시 기존 400억 달러 투자에 더해 3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오픈AI, 구글, 퍼플렉시티 등 여타 기술 기업들도 인도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AI 도구를 개방하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구글은 남부 인도에 새로운 AI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1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정 지었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과는 별개로, 기술 패권을 향한 빅테크들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이미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